좃을 잘못 놀린 남자의 변
파트너가 생겨버렸다.
나 녀석이랑 평생 좋은 친구로 남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남녀사이는 역시 친구가 없는 걸까.사실 여전히 좋은 친구야, 그치만 나 떳떳하지 못해.. 난 지금 혜영이한테도 미안하고, 규연이한테도 미안해. 혜영이한테는,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인게 불편할테니 미안하고, 규연이한테는.. 말할 것도 없고.
혜영이는 참 좋은 애야. 참 세심하고 다정해. 딱히 서로 처음부터 이럴 생각인건 아니었어. 그냥 마침 서로 성향이 맞았던 거지..
난 나한테도 놀랐다. 나 이럴 수 있구나.. 절절히 '사랑'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었다니. 변명하자면 외로웠던거지. 하지만 웃긴건 점점 더 공허해졌다는 거. 문소리가 연기하던거 생각난다. 바람난 가족이라는 영화였던 것 같아, 거기서 봉태규랑 걔가 잤었나..하여튼 그 장면이 그렇게 외로워보이던데
못 됐어, 못 된거 원래 알았지만 이렇게나 몹쓸 놈이었나. 이러면서도 규연이랑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혜영이는 나랑 참 비슷하다. 그런 막연한 느낌이 있어. 그래서 위로가 돼.. 나 항상 외로워서 무너질 때마다 상상했던 건, 내가 하나 더 실재해서 날 꼬옥 안아주는 것. 게이도 아닌데 가끔 이런 생각이 나더라 참나 원 시발.
나같은 사람만 내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어떤 어두운 공기 안에서 느린 호흡을 하는 그런 느낌. 그런 위로. 근데 언제나 벗어나고 싶어해,난.
그래서 빛이 필요했어. 200m해저까지도 비쳐오는 그런 빛.
솔직히 규연이는 내가 정말 원하고 원했던 이상형은 아니지. 그치만 내가 그 앨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의 밝은 성격이야. 옳다고 생각하면 거침없고.. 지금까지 그 애와 지내면서,, 단 한번도 규연이가 어두워 보인 적은 없었어.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짜증을 낸다고 해도 그건 그냥 화가 난 것일 뿐이었어.. 난 웃고 있어도 항상 어두컴컴한데 말야. 웃는 얼굴위에 드리워지는 그늘을 난 매일같이 느끼고 있는데. 그 삐뚤지 않고 바른 모습이 좋았어.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나날이 무거워지기만 하는 열등감, 가벼워져가는 자신감.. 이런 괴물이 또 있을까
혼자 모든 문을 닫아놓고 숨어만 지내니까 숨이 막히지. 내가 문닫아놓고 열줄도 모르고, 그 공간 안에서 손바닥만한 창문 틈으로 비쳐오는 빛에 눈물을 찔끔 짜내며 감격하기나 하고 가끔 외로울 때면 내 '옆 방'에 있는 이웃들과 눈 마주치며 다시 외로움을 확인하는, 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혜영이는 나랑 뭔가 통하고, 만나면 편한 몇 안되는 여자인 친구 중 한명이야. 그거, 잃고 싶지 않아.
내가 혜영이랑 살 섞는걸 계속 해서, 서로 멀어지게 된다면 그만 두겠어. 그래. 그만하자
남는건
아무것도 없어.
by 마약모자 | 2009/06/01 03:59 | 트랙백 | 덧글(0)
트라우마

트라우마

 

 

시골에서 자라난 그는 순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동네 꼬맹이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시골 들판을 뛰놀다가, 아이들이 하나 둘 집에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혼자 남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있던 중, 어디선가 돼지가 한마리 튀어나왔다. 아마 돼지를 키우던 건너집의 우리에서 빠져나온 놈인듯 했다. 

병아리 만큼 작았던 아이는 코끼리만치 커다란 돼지의 사나운 모습을 무방비 상태로 보고는 너무나도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부모는 아이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던 아이가 밥상에 그 손을 올리질 못하고 자꾸 숟가락을 놓치는 것이었다.

아이가 괜히 심술을 부리나 싶어 혼내기도 하고 어르기도 했지만 보면 볼 수록, 아이의 어깨가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병원은 고사하고 보건소나 동네 의원도 없을 때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고개넘어 마을의, 침을 놓으실 줄 아는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고개를 넘으려 걸어갔다.

그러나 한두번, 고개를 넘어서 다녀오던 아이는 힘이 들었는지

담번부텀 아예 어머니와 고개를 넘을라 치면

어머니의 귀를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어찌나 세게 당겼는지 어머니는 고개넘기를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아이의 오른 팔은 힘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아는 동네 사람들이나 아이들은

아이가 두 팔을 모두 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종종,'만세!'를 시켰다.

순진한 아이는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두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지만 '만세!'를 했다.라는 아이의 생각과는 달리,

제대로 올라간 팔은 왼팔 하나 뿐이었다.

 

 

 

아이는 자라서 남자가 되었다.

 

결혼을 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강원도에 놀러갔던 어느 날이었다.

 

그의 부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부인은 교회에서 했던 듯한 놀이를 아이들과 온 가족들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놀이의 규칙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말하자면, 어떤 타이밍에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지 못한 사람은 재빨리 뿅망치로 때리면 되는, 그런 게임이었다.

어른들은 놀이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른이니까. 점잖은 모습을 보여야 미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놀이의 대열에서 멀뚱히 서있던 그는 어느 누가 봐도 점잖고 차분한 어른일 뿐이었다.

그도 그렇게 보이길 원했기 때문에 손을 올리지 않고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놀이가 적당한 때에 끝나기를 기다렸다.

 

게임의 진행자였던 그의 부인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부인은 구호를 외쳤는데도 두 팔을 들지 않는 남편을 뿅망치로 내려쳤다. 모두 일제히 웃었다.

2회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팔을 들지 않았고, 아니-사실은 들수 없었고, 그의 부인은 그의 머리를 뿅!하고 때렸다.

그의 친구들과 친구들의 부인과 자녀들이 재미나게 웃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

그때 그의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다. 자신이 차마 자존심때문에 말 할 수없는 사실을, 아무리 직접 말 하지 않았다 한들 십수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는 부인에 대한 원망과,

그의 머릴 얄밉게 때리는 부인의 얼굴이 순간 어릴 적 자신을 놀리던 옆집 김씨와 닮게 보였다는 생각과, 내가 내 입으로 말하지 않은 것을 남이 저절로 알아주길 바란 자신에 대한 미움과, 내가 머리를 맞은것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들 웃어제끼는 건지 이해 할수 없다는 생각들이 이제 40년이 넘도록 사용한 그의 뇌 사이사이에 기생충처럼 파고들었다.

평생동안 제대로 쓸수 없었던 자신의 오른팔은

근육이 붙어있고 강해보이는 왼팔과는 달리, 큰 곰인형에 억지로 달린 마론인형의 팔처럼 힘없고 작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오른팔은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위로하며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by 마약모자 | 2008/04/10 15:31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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